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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썼던 일기 [행복했었나요]

제목은 행복했었나요? 이다.

이때는 지금보다 상당히 우울했었구나.
역시 약을 먹는 게 많이 도움되는 것 같다.

아래에 전문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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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볼 때마다 깨닫는 것인데, 나는 행복하단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좋았던 적도 있고 너무 웃겨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적, 신났던 적도 있었지만 참 행복했었다고 칭할 만한 순간은 없었다.



집과 가족... 우리 집에 화목이란 단어는 사치다.

집에 맴도는 적막은 묘하게 불안과 긴장을 불러일으켰다.(그래서 내가 조용한 음악을 별로 안좋아하나?)
난 그 공간 속에서 안절부절. 걱정됐다.
일반적이라는 형태로 살지 못할까봐. 매일 울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걱정이 너무 많아서 자꾸 기운이 빠진다.
매순간이 불안하고 답답하다.

나보다 더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도 잘 사는 것 같은데 난 왜 아무 것도 못 할까. 해가 갈 수록 자존감은 떨어진다.
스무살, 스물한살은 틈만 나면 울었던 것 같은데 스물두살 때부터 아예 지쳐버렸는지 웬만큼 우울해선 눈물도 잘 안나고...



나의 친구는 행복하다는 말을 거의 달고 사는데 난 어쩐지 그 단어를 쓰려 할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거나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거나 한다.
오히려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칭하면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오버한단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내 친구들은 보통 나와 같이 가난하거나 불안정한 집안을 가진 애들만 있다.
안정되고 여유있는 가정을 보면 열등감이 치솟아 겉으로 티는 안내더라도 걔를 비꼬게 된다.
결국엔 내가 더이상 안만난다.



우리엄만 나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대학에 갈 수 없어 백화점에 일을 구해 다니던 정신력이 약한 스무살의 나에게 효도를 하라며 돈을 보내라던 엄마...

혹은 내가 힘들어하는 이유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하지도 못하고 하려는 생각도 안한다거나.(아무도 날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절실하게 누군가의 이해가 필요했었다.)

집을 나갔을 때 어디냐고 문자를 했더니 아빠랑 못 살겠다고 떨어져있겠다며 연락하지 말라거나.( 그걸 왜 나한테만 말하는지;)

아빠가 엄마이름으로 보증을 서게 했을 때 못하게 했었어야 했다거나.

아프다고 골골대면서 나한테만 이걸 해달라 저걸 해달라.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냐며 왜 돈이 없는 거냐며 자기가 낳아 놓은 사람에게 묻기까지.

우리 아빤 생각도 하기 싫다.

그런 인간이 아빠라는 것부터 내 존재가 원망스러워진다.

아빠로부터 유전 된 모든 요소들이 나를 자기혐오 하게 만든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부모가 나의 부모가 된 것은 불행이다. 둘다 본인 잘못 때문에 내가 화가 나서 말을 안하면 사과는 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건다. 그래놓고 이게 뭐가 문제인지 알지도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적 학대를 너무 많이 당했다. 날 때부터 뽑기운이 좋지 못했다. 아마 로또같은 일확천금은 평생 꿈도 못 꾸겠다.



참... 결국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행복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는 이유만 가득한 것이다.

스물넷.. 스물 다섯 여섯 일곱은 어떻게 살아야하고 서른은 어떻게 마흔은 어떻게...

아직도 삶이 끝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난 버틸 수 없게 되어가고만 있다.

내가 자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살은 절대로 하지마라. 죽어서 아무 데도 못간다. 이런 따위의 얘기를 듣다보면 더 고통스러워진다.

다음 생은 필요없고 아무 책임도 지기 싫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제 그만 해도 된다.